사람들은 늘 말합니다.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불안해질 거라고요.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정말 모든 사람이 계획 속에서만 살아야 하는 걸까요. 그 계획은 개인적인 목표와 꿈에서 나오는 걸까요? 그저 오늘 하루를 버티는데 집중하며 살면 뒤처진 삶일까요?
계획이 없는 사람은 게으른 걸까?
계획이 없는 날은 마치 목적지 없이 걷는 산책과도 같습니다. 방향이 없다고 해서 그 길이 의미 없는 건 아니죠. 오히려 그런 시간 속에서 나 자신을 더 잘 마주하게 됩니다. 주변 사람들은 말합니다. '앞으로 뭐 할 거야?', '그래서 네 계획은 뭐야?' 그 질문들이 틀린 건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걱정해 주고 바른 삶을 살게 해주는 척도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 말이 너무 무겁게 느껴집니다. 미래를 설계할 힘이 없을 만큼 지쳐 있거나, 지금 내 앞의 하루를 감당하기에도 벅찰 때도 아닌데 말입니다.
계획이 없는 건 게으름이 아니라,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속도로 살아가니까요. 어떤 이는 달리며 목표를 세우고, 어떤 이는 잠시 멈춰 그늘에서 쉼을 찾습니다. 인생은 달리기 대회가 아니라, 각자 다른 시계로 움직이는 산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해진 생애주기표 속에서만 살아야 할까?
요즘은 가끔 그런 생각이 듭니다. 꼭 생애주기표처럼 살아야만 할까. 스무 살엔 대학을 가고, 서른 즈음엔 결혼을 하고, 마흔에는 아이를 키우고, 쉰이 되면 안정된 직장과 집을 가져야 하는 게 정말 정답일까요. 그 순서를 따라가야만 어른이 되는 걸까요.
어쩌면 우리는 오랫동안 '정해진 인생 루트'를 당연하게 여겨왔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잠시 멈춰 있으면 '뒤처진 사람'이 된 것 같고, 다른 길을 선택하면 '틀린 삶'을 사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인생은 표로 나열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누군가는 서른에 방황을 시작하고, 누군가는 마흔에 꿈을 찾습니다. 누군가는 결혼 대신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고, 누군가는 자녀 대신 글로 사랑을 남깁니다.
정해진 시나리오가 없다는 건 실패가 아니라, 나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은 '계획된 설계도'가 아니라, '지금의 선택들'이 모여 완성되는 스케치니까요. 나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그건 미완이라서 아름다운 거라고 믿습니다.
계획은 꿈과 목표의 중간 어딘가에 있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계획이 없다는 것이 슬프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쩌면 아직 '꿈'이나 '목표'가 명확히 잡히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계획은 꿈에서 비롯되고, 목표로 이어지는 다리와 같습니다. 꿈이 방향이라면, 목표는 그 방향을 향한 구체적인 발걸음입니다. 그리고 계획은 그 발걸음을 현실로 옮기는 지도 같습니다.
성공했다는 사람들을 보면 개인적인 꿈과 목표가 명확한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목표를 위해 남들보다 더 열심히, 더 지혜롭게 하루하루를 살아왔던 사람들일 것입니다. 저는 꿈과 목표가 정확하게 있는 사람들을 선망하기도 합니다. 꿈과 목표가 명확하지 않은 제 삶에 가끔은 자책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흘러간 대로 살아간 나의 오늘들이 모여 나름대로 이룬 것도 많이 있습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하루하루를 살아간 보답이 있기도 합니다. 나는 지금 아직도 그저 어떤 길을 걷고 싶은지 탐색 중일지도 모릅니다.
불안은 계획의 부재에서 오지 않는다
계획이 없을 때 느껴지는 불안은 사실 '계획이 없어서'가 아니라 '계획이 있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남들과 비교될까 봐, 뒤처질까 봐 불안해집니다. 하지만 그 불안은 타인의 속도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지, 나 자신에게서 오는 신호는 아닙니다.
물론 살아가다 보면 타이밍이 중요한 시기도 있습니다. 나는 지금 나의 속도로 살아가고 있는 걸까, 아니면 누군가의 시선을 따라가고 있는 걸까.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방향을 찾을 수 있습니다. 계획이 없다는 건 답이 없는 삶이 아니라, 방향을 다시 선택할 여유를 가진 상태입니다.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건, 가능성이 닫히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불안 속에도 여백이 있고, 그 여백 안에는 새로운 길이 숨어 있습니다.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듭니다. 계획이 없다면, 나는 오늘을 왜 살아가고 있을까. 무엇을 향해 걷는지도 모르는데, 그냥 살아간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쩌면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계획이 있어야만 의미가 생기는 게 아니라, 지금 내가 숨 쉬고, 느끼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삶의 증거입니다. 오늘은 거창한 목표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그저 한 끼를 맛있게 먹고, 누군가와 웃을 수 있다면, 그것도 충분한 하루입니다. 오늘도 계획은 없지만, 내 마음은 분명히 살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