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잠들지 못한 채 밤을 지나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고독을 알고 있습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이 몸을 조이고, 생각은 멈추지 않고, 시간은 잔인할 만큼 빨리 흐릅니다. 이 글은 그런 밤을 지나며 제가 겪어온 이야기와 마음을 담아 기록한 글입니다. 누군가의 밤이 조금 덜 괴롭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잠을 잃어버린 시간들
저는 잠을 휴식이라고 믿어왔습니다. 하루의 끝에 몸과 마음이 자연스럽게 내려앉고, 어둠 속으로 스르르 가라앉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당연하게 찾아오는 순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인지 그 당연함이 오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다섯 해가 넘는 시간 동안 저는 스스로 잠들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어릴 때부터 잠귀가 밝고 예민하긴 했지만, 그것은 단순한 성향에 불과했습니다. 일을 시작한 직후에도 잠드는 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저는 예전과는 전혀 다른 리듬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원인 모를 고통이었습니다. 어쩌면 원인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몸은 피곤해서 쉬고 싶어 하는데, 마음은 끝내 잠들 틈을 내주지 않습니다. 눈을 감아도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고, 근거 없는 상상과 망상이 까만 시야에 가득 차서 잠은 더 멀어져 갑니다.
불면을 겪는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아무리 명상 음악 감상이나 독서를 한다고 해도 집중력만 떨어질 뿐 잠에 들지 않는다는 것을요.
특히 가장 두려운 순간은 아침이 가까워질 때입니다. 잠을 이루지 못한 밤보다 더 힘든 것은, '잠들기에 실패했다'는 사실이 선명해지는 새벽입니다. 내일을 버텨야 한다는 부담, 사람을 만나고 움직여야 한다는 압박이 밀려오면, 저는 그 괴로움을 미리 상상하며 또다시 괴로워집니다.
불면이 무너뜨린 하루의 리듬
잠들지 못한 밤이 이어질수록 제 일상은 점점 흐트러졌습니다. 식욕은 하루 종일 없다가 한 번 배고프면 폭식으로 이어졌고, 정신적, 육체적 체력은 바닥까지 떨어졌습니다. 작은 일에도 예민해지고, 하지 않던 실수들을 반복했으며, 사람을 만나는 일조차 버거워졌습니다. 집 안에서 가만히 쉬어도 회복되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사실은 제 몸이 SOS를 보내고 있었는데, 저는 오랫동안 그 신호를 제 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왜 이 정도도 못 버티나', '왜 나는 잠 하나 제대로 못 자나'라는 자책이 마음 한쪽에서 끊임없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가 '괜찮아. 네 탓 아니야.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준 순간이 있었습니다. 해결책을 제시하는 말이 아니었지만, 그 한 문장이 저를 가장 깊이 위로했습니다.
잠깐 멜라토닌을 복용해 본 적도 있었습니다. 잠은 빠르게 들었지만, 아침은 가장 고통스러웠습니다. 깨자마자 심한 두통에 시달렸고, 하루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무너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방법도 결국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새벽에 뒤척이며 천장을 바라보는 제 모습을 떠올리면, 스스로가 꽤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어쩌다 낮잠을 잘 기회가 생겨도 결과는 같았습니다. 정갈하게 덮고 누운 이불속으로 들어가 커튼으로 만든 암흑속에서 저 멀리 백색소음이 들리지만 여전히 잠에 들 순 없었습니다.
회복을 향해 걸어가는 마음
잠들지 못하는 동안에도 저는 제 몸과 마음을 꾸준히 살피고 있었습니다. 심장은 기묘하게 평온한데, 몸 전체에 퍼지는 답답함이 이어지고, 뒤척여도 해소되지 않는 불편함이 오랫동안 머물렀습니다. 잠을 원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 몸과 마음의 충돌 속에서 저는 조용히 저 자신을 관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잠이 회복된다면 가장 먼저 돌아올 것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감정의 기복이 덜해지고, 마음에 안정이 찾아오고, 움직이고자 하는 힘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하루를 다시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날을 위해 잠에 집착하지 말고 오히려 눈감고 편안하게 쉰다는 느낌으로 부담 없이 누웠으려고 노력합니다.
다시 잠을 잘 자게 되면 저는 아침에 책을 읽고, 가볍게 공복 운동을 하고, 정오 즈음 건강한 점심을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저는 믿습니다.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약 없이도 다시 잠들 수 있는 날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입니다.
잠 못 이루는 모든 사람들에게
오늘도 뒤척이며 잠들지 못한 채 누워 있을 당신에게 말해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이 잘못한 것은 없습니다. 의지가 약해서 이런 일이 생긴 것도 아닙니다. 당신은 지금도 충분히 잘 버티고 있고, 잘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해결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당신은 이미 중요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몸이 얼마나 예민해졌는지, 마음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잠들지 못했어도 괜찮습니다. 당신은 여전히 버티고 있고, 살아 있고, 언젠가는 회복될 사람입니다. 그리고 꼭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잘 버티고 있고, 절대 당신 탓이 아닙니다. 자신을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그 마음만으로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잠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때로는 그 당연함조차 누군가에게는 너무 어렵고 멀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저 역시 그런 시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이해하고 살피려는 작은 마음이 쌓이면, 언젠가 다시 평온한 잠이 찾아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 글이 잠을 이루지 못한 누군가에게 조용한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당신의 밤에도 언젠가 따뜻한 휴식이 깃들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