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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을 때 오히려 두려운 건 왜일까

by 라우다우 2025. 11. 4.

혼자일 때는 괜찮지만, 함께 있을 때 길을 잃으면 이상하게 불안해집니다. 누군가와 함께 일 때는 왜 그렇게 긴장되고 낯선 느낌이 들까요? 함께 있을 때 길을 잃는 게 두려운 이유를 관계와 불안에 대하여,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과 관점에서 이야기합니다.

 

혼자일 땐 괜찮았던 길이, 함께일 땐 두려워진다

혼자 여행할 때는 길을 잃어도 괜찮습니다. 낯선 골목을 돌아다니다가 예기치 않게 예쁜 카페를 발견하거나 예쁜 구름을 발견하면 오히려 그 길을 잃은 덕분에 좋은 하루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그때의 나는 실수해도 괜찮고, 다시 돌아가도 괜찮은 사람입니다. 저에게 있어 혼자 있을 때의 '길 잃음'은 여유와 발견의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는 다릅니다.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건, 나의 행동이 그 사람의 감정에 영향을 준다는 뜻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길을 잃는 순간, 내 마음속엔 묘한 긴장감이 생깁니다. 사실 상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이미 나는 그 사람의 감정을 오해하며 상상합니다. 나 때문에 누군가가 불편해지지 않을까, 혹시 짜증 나진 않을까, 이 사람의 시간을 내가 낭비하진 않을까, 내가 어떤 걸 잘못했을까, 등등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커져만 가는 것 같습니다. 같은 길 위에 서 있지만, 그때의 공기는 전혀 다르다고 느껴집니다. 그래서 함께일 때의 실수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의 불안으로 바뀝니다.

두려움의 근원은 '평가'와 '시선'

누군가와 있을 때의 불안은, 결국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시작됩니다. 나 스스로는 괜찮다고 생각하면서도, 타인의 반응 하나에 흔들리는 마음. 그건 완벽하려는 마음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고, '믿음직한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그래서 사소한 실수조차 나의 가치와 연결됩니다. 함께 있을 때 길을 잃는 게 두려운 이유는, 사실 길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이 '평가받는 사람'이 되는 그 순간이 두렵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반대로 상대방의 실수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길을 잘못 들어도, 방향을 틀려도 '괜찮아요'라고 미소 지을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가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 불완전함이 관계 안에서 스스로를 드러나는 건 여전히 어렵습니다. 그렇게 시선에 흔들리다 보면 '보이는 나'를 더욱더 신경 쓰게 됩니다.

스스로에 대한 기대와 욕심을 낮추자

저는 스스로 완벽해 보이고 싶어 하는 욕심이 있습니다. 실제로 그렇지도 않고, 대외적으로 완벽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마치 나는 노란색인데 빨간색처럼 보이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노력해서 도달할 수 있는 꿈이 아닌 허황된 환영을 쫒는 것은 스스로를 더 괴롭히는 일입니다.

이는 자존감과도 연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의 색깔에 만족하고 좀 더 뽐낼 수 있는 방법을 찾기보다는, 가지고 있지 않은 색깔에 더 욕심을 가지며 괴로워하니까요. 스스로를 평가하기보다는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부족한 부분은 인정하고, 때로는  잘하는 점을 드러낼 줄 알아야 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 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아무도 없는 길과 풍경사진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길을 잃는 게 두려운 건, 그 길 위에서 나를 잘 보여주고 싶은 욕심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짜 나는 상대방의 시선에 있는 게 아닙니다. 진짜 나는 내 안에 있습니다. 누군가의 눈에 비친 내가 아니라 내가 느끼는 나로 걸어가려 합니다. 언젠가 그 길 위에서 나를 잃지 않고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