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후회하는 일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아마도 하나하나 기억하고 인생에 대한 가치관이 변하는 사람도 있고, 후회에 갇혀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대수롭지 않게 툭툭 털고 일어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과거의 실수에서 배우고, 타인의 태도에 휘둘리지 않으며, 스스로의 평온을 지키는 삶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려 합니다.

싸움에서 이겨도 남는 건 공허함이었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을 만납니다. 그중에는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도 아니고, 그냥 또 하나의 진상일 뿐인 사람도 있습니다. 그날도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악에 받친 사람처럼 욕설을 퍼붓고, 이유를 따질 틈도 주지 않는 사람이었죠. 평소의 저는 참고 넘기는 편입니다. '지금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나만 손해다.' 언제나 그렇게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날은 이상하게 참아지지 않았습니다. 점점 쌓이던 분노가 터졌고, 결국 저도 똑같이 욕을 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 순간엔 이제 좀 시원해지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남은 건 시원함이 아니라 깊은 공허함뿐이었습니다.
'왜 나는 이런 모습이 됐을까?', '싸웠다고 해서 얻은 게 뭐지?'
후회는 빨리 찾아왔습니다. 상대를 이겼다는 느낌도, 통쾌함도 전혀 없었습니다. 단지 내가 지키고 싶었던 나를 잃었다는 사실만 선명하게 남았습니다.
감정에 흔들리지 않으려는 나만의 방식
그 일을 겪고 난 뒤, 저는 더 이상 누군가의 욕설이나 분노에 쉽게 끌려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들의 감정을 내 마음에 찢어 넣는다고 해서 얻는 건 하나도 없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욕설을 듣는 순간 이렇게 말합니다. '욕설하지 마세요.'
표정도, 감정도 최대한 흔들리지 않게 유지한 채 단호하게 말합니다. 물론 대부분은 그 말을 듣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소리치거나 화를 냅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말을 꺼내는 순간, 저는 한 발자국 떨어진 것처럼 마음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사람에게 감정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의지 같은 것. 어쩌면 제 자신에게 하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저는 상대를 불쌍하듯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저 사람은 지금 자기감정도 관리하지 못하고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금방 평온해집니다.
감정은 참으려고 하면 폭발하고, 이해하려 하면 흐려지고, 거리 두기를 하면 작아지는 것 같습니다.
결국 지켜야 했던 건 상대가 아니라 나였다
싸움에서 이겼다고 해서 마음이 가벼워지지 않았던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순간의 불같은 부정적인 마음이 제 눈과 귀, 피부까지 모든 걸 통째로 집어삼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기분은 썩 좋지 않습니다. 나는 욕설을 내뱉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고, 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고, 작은 말에 흔들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폭발한 그날, 저는 결국 제가 싫어하던 모습을 그대로 따라 했던 셈이었습니다. 그러니 후회가 남을 수밖에 없었죠.
요즘은 이런 마음이 들 때가 많습니다. '누군가에게 지는 건 괜찮지만, 내가 되고 싶은 나에게 지는 건 너무 아프다.'
그래서 이제는 싸우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싸움은 상대를 이기는 일이 아니라, 내 기준을 지키는 나를 잃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평온은 상대가 주는 게 아니라, 결국 내가 선택하는 감정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후회 없는 인생은 거창한 선택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작은 순간들의 선택에서 쌓여 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에게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잃지 않기 위해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배워가는 과정. 과거의 경험이 나에게 남긴 건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아주 단순한 진심이었습니다. 누군가가 어떤 말을 하든, 어떤 태도로 다가오든, 그 순간의 나는 내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나를 조금 더 평온하게 만들기 위해, 흔들리더라도 다시 중심으로 돌아오는 연습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들이 모여 언젠가 '그래도 잘 살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하루를 만들어줄 거라고 믿습니다.